2. 그냥

 과자 중에 빈츠가 제일 맛있다. 우유랑 먹으면 꿀맛이다. 비스킷이랑 초콜릿의 비율이 환상이다. 적당히 달콤해서 딱 좋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면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마구 사먹고 싶다. 하루에 한 끼는 써브웨이에서 먹으면서 빡세게 운동하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싶다. 써브웨이 샌드위치는 몸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동안 이탈리안 blt 몇 번 먹었는데 나트륨 함량이 전체 메뉴 중 1등이었다. 어쩐지 짜더라...그래도 약간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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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주의




감정에 주기가 있다. 보통은 2주 정도 안 좋고 2주는 그럭저럭 괜찮다. 그런데 이번엔 그 기간이 늘어나서 한 달씩 안 좋다. 그 결과 5월 8일부터 오늘까지 중간에 인터넷 강의를 조금 들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세 번 정도 가족에게 짜증도 냈다. 좀 지저분한 비유지만 우울할 때 이곳 저곳에 잔뜩 똥을 뿌려 놓는 셈이다. 그리고 괜찮아지면 허겁지겁 그걸 수습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수습이 좀 어려울 것 같다. 시험을 앞두고 감정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지는게 두려울 정도다. 괜찮아지면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실감이 날 테니까 말이다. 음 아무래도 나는 인생을 다양한 방법으로 망치는 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버거킹이랑 카톡 친구다. 친구 몇 명 없는데 그 중 하나! 친구들보다 버거킹에게서 카톡이 더 자주 온다. 각자 자기 인생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쪼금 슬프다. 뭐 어쨌든 학교에 공부하러 가면 자주 먹는데 이번에 쭉 못가서 버거킹이 조금 그리워지고 있다. 주니어 와퍼 1900원이던데... 집 근처에 버거킹이 없어서 먹으러 가고 싶다고 속으로 계속 생각 중이다.

웃긴게 이러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너는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면서 먹고 싶은 건 있냐? 양심 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그러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니까.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의 증상이 사람마다 달라서 식욕 같은 경우 개인별로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음..그래도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를 때마다 괴로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까는 병원 예약을 취소할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변비가 빰!하고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3일 정도 후면 변비가 온다. 그래서 어제까진 그냥 먹다가 오늘은 약을 안 먹었다. 변비, 처음에는 별 거 아닌 줄 알았지. 하지만 응급실에 가서 관장을 하는 치욕을 한 번 겪고 나니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후....끔-찍하다.

약을 오래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데 부작용이 자꾸만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 부작용만 없으면 약 먹으면서 일상 생활 제대로 하고 시험 준비도 열심히 할 텐데. 왜 이렇게 해피 엔딩이 어렵지? 내 인생의 해피 엔딩이란 지옥불 난이도의 게임과도 같은 것일까?엉엉 병원 예약을 취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는 가야한다 엉엉.





요즘은 예전에 화장실에 갇혔던 일이 생각난다. 7살인가? 하여튼 초등학교 입학 전에 주민 복지관에서 미술 수업을 들었다. 물통을 비우려고 화장실에 갔는데 여자애 두 명이 있었다. 걔네는 할 일 다하고 곧 나가버렸고 나도 물통을 비우고 나가려고 했다. 이 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걔네가 나가면서 문을 닫고 나갔던 것 같다. 소리가 진짜 쾅! 하고 크게 났기 때문에 약간 무서웠다.

어쨌든 나도 나가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쪽은 잠금장치가 없이 동그란 손잡이만 있는 철문이었는데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도 열리지 않아서 문을 쾅쾅 두드리고 발로 차고 했던 것 같다. 수업 받는 교실과 화장실은 꽤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교실에는 전혀 들리질 않았을 것이다. 화장실에는 큰 창문이 있었는데 창문 너머에는 창고 같은 공간이 있었다. 거기로 넘어가려고 해봤지만 창문이 열리지 않아서 실패했고 나는 꼼짝없이 화장실에 갇혀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 화장실은 산뜻함이나 밝은 조명과는 거리가 멀었고 겁나게 을씨년스럽고 어둑어둑한 화장실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애가 돌아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이 화장실에 왔고 어찌어찌 문을 열어줘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충격을 받아서 엉엉 울었고 엄마가 복지관에 와서 나를 집까지 데리고 갔다. 그 후로 당연히 미술 수업에는 나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도 있는데 이 때는 다행히 어머니랑 함께였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무서웠다. 심지어 꿈에도 몇 번 나왔다. 그 때 살았던 곳이 중계동의 주공아파트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때 느꼈던 찝찝함을 기억한다. 어두컴텀한 내부에 창문 없이 완전히 밀폐된 좁은 공간. 나는 12층에 살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게 무서워서 올라가는 동안 눈을 계속 감고 있거나 12층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뛰어가곤 했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종종 갇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쓰다보니 길어지네. 하여튼 나를 괴롭히는 기억들이 몇 가지 있는데 우울할 때면 이런 기억들도 퐁퐁 떠오른다. 음 근데 항우울제의 효과가 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이런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 먹었을 때 와 이게 뭐지 싶을 정도였다. 슬픈 생각을 하려고 하면 뇌 속의 판사가 ‘안 돼 돌아가.’ 하는 느낌? 후 물론 이번에는 먹은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효과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까지 눈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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