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면 하고 싶은 것

 졸업 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백수라는 현실이 가끔은 믿기질 않는다. 중간에 휴학도 오래 해서 나이도 적지 않다. 어쩌면 이 모든게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고파스에서 본건데 통 속의 뇌? ‘나는 통 속의 뇌고 이 모든 건 거짓말이다.’ 라는 식의 게시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글의 베댓도 말했듯 이 모든 건 통 속의 뇌가 느끼는 가상현실이 아니라 100% 현실이며 나는 실제로 인생을 말아먹고 있다 엉엉.


헉 희망찬 거 쓰려고 했는데 어쨌든 나는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취직을 하면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1. 매일매일 점심에 써브웨이 샌드위치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기
2. 웹툰 코인 충전 한 달에 십만원씩 해서 보고 싶은 웹툰 있으면 고민 없이 보기
3. 스시 오마카세 가보기
4. 필라테스 배우기
5. 웹툰 배우기
6. 심리상담 받기
7. 예쁜 옷 사기

일단은 이 정도다. 또 생기면 여기에다가 추가해야지. 음 웹툰은 몇 안되는 삶의 낙 중 하나다.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낙이 별로 없네. 웹툰 보기, 맛있는 거 먹기 딱 두 개인데 맛있는 거 먹는건 음...글쎄 낙이라고 하기엔 즐거움이 크지 않은데. 자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영화는 옛날엔 좋아했는데 요즘은 별로 재미가 없다.

원래 무료 웹툰만 봤는데 어쩌다가 큰맘 먹고 유료 웹툰 사이트에서 코인을 질렀다. 우와우 신세계! 역시 돈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질렀는데 텅장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취직하면 원없이 질러야지 흑흑. 웹툰 미리보기도 팍팍 할거다.

네이버 웹툰은 요일마다 두세개씩은 본다. 요즘 좋아하는건 호러와 로맨스, 알고있지만, 좀비딸, 돼지우리, 유미의 세포들, 합격시켜주세용 정도? 조의 영역도 재밌었는데 요즘은 손이 잘 안간다. 중딩 때부터 웹툰을 봐서 유명한 건 진짜 어지간해서는 다 봤다. 정글고, 수사9단, 우월한 하루 등등. 헛 나의 늙음이 느껴져ㄷㄷ 나중에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배워서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 겁나게 무섭고 심장이 찌릿한 거 한 번 그려보고 싶다. 로맨스는 항마력이 딸려서 보는 건 괜찮은데 창작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관련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안될 것 같다 엉엉엉.

예쁜 옷도 사서 입고 싶다. 지금 내 옷장은 우중충하다. 거의 블랙이고 어쩌다가 네이비, 회색이다. 몸에 붙는 옷을 엄청나게 싫어해서 루즈핏 티, 츄리닝 바지, 슬랙스 정도 있다. 음 세일할 때 원피스랑 블라우스 사놓긴 했는데 글쎄... 딱히 입을 일이 없고 괜히 혼자 민망해서 못 입는 바람에 유행이 지나가버렸다.

사실 블랙이 엄청 편하다.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도 튀지 않아서 군중 속에 섞여들 수 있지롱. 그래서 난 자주 저승사자룩으로 돌아다닌다.

음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쉬운게 대학 다닐 때 예쁘게 못 입고 다닌거다. 자존감이 바닥이어서 꾸미자니 괜히 눈치 보였다. 안 어울리면 어쩌나 싶었고. 진짜 원피스 한 번을 입어본 적이 없네ㄷㄷ. 내가 기억하는 나는 항상 알이 큰 뿔테안경을 끼고 우중충한 옷을 입은 대학생이었다. 경영학과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유독 다른 여자분들이 오피스룩 입은 걸 볼 기회가 많았다. 볼 때마다 와 이쁘다! 멋있어! 라고 생각했다. 학교 다니면서 그런 옷을 입지는 못했지만 그래두 취직하면 갖춰서 예쁘게 입고 다녀야지. 그리고 술 담배 안하는 건실하고 선비 같은 남자분을 꼬실 것이다 크크.

안경은 몇 달 전에 나름 유행하는 동그란 금속테로 바꿨다. 원래 계속 뿔테 안경 썼는데 공부하러 학교 와보니꺼 사람들이 다들 금속테를 끼더라. 그러니까 왠지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음 평범해보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내 글 조회수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까암짝 놀랐다. 엄청 긴데 이걸 다...? 영양가라고는 찾을 수 없는 내용인데ㄷㄷ 여러분들의 귀중한 시간을 저의 똥글이 갉아먹고 있다규영 엉엉.

그래도 익명이니까 좋다. 아이디가 드러나지만 사실상 나를 알 방법이 없으니까 익명이나 다름 없다. 워낙 아싸였어서 신상 드러날 일도 없당.

와 쓰다보니까 또 길어졌어. 몰랐는데 내가 엄청난 수다쟁이였나보다. 오늘은 좀 덜 우울해서 좋았다. 나도 그렇고 이걸 읽는 사람들도 내일은 좀 덜 우울하고, 좀 더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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