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밥을 잘 챙겨먹고 한양대로 또 갔다! 결과가 구릴 것을 알면서도 시험장에 간 것은 잘한 일이다. 백지 내러 간 나 자신, 아주 칭찬해! 하반기 취준행 열차 탑승이 확실해졌지만 뭐 어쩌겠냐. 취준하면서 심신 회복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해봐야지. 시험 끝나고 멍한 상태로 고사장에서 빠져나왔다. 회계법인 홍보 차원에서 맥주도 주고 이것저것 주던데 못받아왔다. 영화표 못받은 게 제일 아쉽다 엉엉. 집에 곧바로 안 들어가고 밥이나 혼자 먹고 갈 생각이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끌리는 게 없었다. 그래서 결국 치킨 한 마리 사다가 집에서 먹었다. 반 먹으니까 엄청 배불렀다. 으 이제 치킨은 안 먹어야지. 내 입맛도 늙었는지 요새는 두부랑 버섯 넣은 된장국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게 제일 깔끔하고 맛있다.
으악 더 이상 돈 안 쓰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배달의 민족 만원 쿠폰이 오늘까지라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주문했다. 제일 큰 하프갤런으로 샀지롱. 망고탱고, 솜사탕, 초콜릿무스,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쿠앤크, 요거트! 먹었더니 너무 달아서 혀가 꼬일 것 같다 에배배. 내일 모레까진 먹을 수 있을듯 캬. 음 배스킨라빈스는 할인을 자주 안 하니까 할인 많이 해주는 쿠폰 나오면 왠지 사 먹는게 이득인 것 같아서 사게 된다. 쿠폰 사용 여부를 업체에서 알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알바생이 담아주니까 정량만큼은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사진 올리고 싶었는데 먹은 흔적이 있어서 포기. 으아 입이 아직도 달다. 양치질 귀찮아서 자기 전에 하려고 버티고 있다.
넷플릭스로 토이스토리도 봤다. 어렸을 땐 집에 토이스토리 비디오 테이프가 있어서 되게 여러번 봤었다. 그 때 본 건 더빙판이었는데 오늘껀 원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땐 겁이 엄청 많았다. 그래서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나쁜 어린이 ‘시드’를 엄청 무서워했지. 뭔가 얼굴이 괴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드네 집에 있는 아기머리+거미다리 장난감도 무서웠다. 토이스토리 3에 나오는 자이언트 베이비도 좀 싫다. 다 콩순이 인형st라서 싫다.
내가 콩순이st 인형을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그게 유치원 때 사탄의 인형이라는 영화를 너무 무섭게 본 기억이 있어서 그렇다. 하필 그 때 우리집에 현실 아기 크기만한 콩순이 인형이 있었는데 그 인형이 너무 무서워서 엄마한테 저것 좀 숨겨달라고 했었다. 하 내가 비몽사몽하고 있는데 아빠가 장난으로 내 얼굴 바로 앞에 그 인형을 들이밀어서 증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날 이후로 계속 인형 싫어했고 지금도 내 방에 인형은 하나도 없다. 살면서 인형 사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안해본듯? 물론 커여운 강아지나 곰 인형은 괜찮은데 이것도 내 돈 주고 사진 않는다. 으아으 콩순이st 너무 징그러웟. 그러고보니 최근에 사탄의 인형 개봉했던데 으으으으으. 예고편 봤는데 넘 싫었다.
토이스토리 한국 성우들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 원어 버젼 성우들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특히 우디! 와 아직도 노래 기억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리 둘. 너와 난 뗄 수가 없다네. 난 너의 친구야. 네 영원한 친구야.’
음 애니메이션 이야기 하니까 옛날에 재밌게 본 무적캡틴사우루스랑 꼬마마녀 도레미가 생각난다. 무적캡틴사우루스ㅠㅠ주인공이 로봇화되는 걸 보며 마음 졸였지. 근데 엔딩은 못봤다. 흠? 해피엔딩이겠지 뭐. 꼬마마녀 도레미는 지인짜 좋아했어서 그 땐 장래희망이 마녀였다. 빗자루 타고 하늘 날아다니는 게 엄청 자유로워 보여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지금도 날고 싶다는 꿈은 있어서 만약 누가 나한테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겠다고 하면 로또 당첨, 영생(안 늙는 상태로), 날개(혹은 날 수 있는 빗자루)다. 오 생각해보니 로또 대신 초능력자 되기도 괜찮을 듯.
사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는 마법처럼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갑자기 디지몬 세계로 떨어진다거나 한국형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된다거나 등등. 음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좀 슬프더라. 하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으니까 차츰 판타지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잊게 된 것 같다. 음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아이랑 어른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이 판타지를 믿느냐 안 믿느냐 같다. 예를 들어 아이라면 염력 나오는 영화보고 염력 연습을 해보겠지만 어른이라면 염력 나오는 영화 보고 오 CG 쩌네 라고 생각하겠지. 해리포터 영화 보고 다니엘 래드클리프 돈 엄청 많이 벌었겠지 하고 생각하는 나는 아주 아주 으른이다.
토이스토리 4를 조만간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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