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갑자기 한강이 보고 싶어서 무작정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셋이었다. 그마저도 금방 내려서 버스 안에 승객은 오직 나밖에 없었다. 나지막히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좋았고 에어컨도 빵빵해서 쾌적했다.


버스에서 내리니까 습한 바람이 훅하고 느껴졌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더웠다. 조금 걸었는데도 몸이 찐득거렸다. 탁 트인 야경을 보고 싶어서 강 가까이로 갔다. 사람들과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잠시 서있었다. 새까만 강물이 작게 일렁이며 간간이 소리를 냈다. 물냄새가 났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강의 야경은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옆에 있는 다리를 보며 그 위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잠깐 했지만 이내 그만 두고 다시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예전에 친구들과도 한강에 온 적이 있다. 치킨과 맥주를 사와서 함께 먹은 적이 있고 회를 포장해서 먹기도 했다. 분명히 이렇게 좋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정말 그 때 그곳에 있었던가 하는 의문도 든다. 다 꿈결같고 거짓말 같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는 그냥 멍하면서 우울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한강 보고 돌아오면 사람이 좀 센티해지는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