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연세우유는 있는데 고려우유는 없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우유 대신 고대빵이 있는건가? 어쨌든 이건 상온보관이 가능한 연세 바나나 우유인데 맛있다. 심지어 원유가 72.8퍼센트나 된다! 물론 빙그레 바나나 우유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아 근데 이거 사진 찍다가 베갯잇에 바나나 우유를 흘렸다. 어제 빨았는데 엉엉. 와 근데 베갯잇이라고 쓰는구나. 베갯잎으로 쓰려다가 왠지 이상해서 검색했더니 베갯잇이란다. 헷갈리니까 어디 가서는 그냥 베개 커버라고 해야지.
오늘은 하루 종일 자기만 해서 쓸거리가 없다. 어제 먹은 맘스터치 버거가 문제였는지 장트러블을 겪긴 했는데 그건 자세히 쓸 내용은 아니니 패스. 약은 미적거리다가 늦게 먹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먹었으니 잘했다. 음 오전엔 아주 약간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심하진 않았다. 예전에 잘못한 일이 떠올랐는데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시보 효과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ㅇㅇ남들은 효과 나는데에 좀 오래 걸린다는데 내 경우 좀 빨리 작용하는 것 같다.
대신 부작용도 남들보다 크게 겪는다. 저번에 먹은 약 중 하나는 동공 확대가 부작용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초점이 잘 안 맞더라. 거울을 봤는데 눈이 묘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먹는 약은 (나한테는) 변비가 부작용이다. 변비에 걸리면 부귀영화 따위 필요 없으니 배출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게 된다. 무교인데도 저절로 신을 찾게 만든다. 이번에는 유산균약을 복용하고 물도 많이 마셔서 잘 관리해야겠다 엉엉.
어제 자기 전엔 벌레가 들어와서 잡느라 고생했다. 틱틱 소리가 나서 보니까 검은색 벌레가 벽에 마구 자기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아니 방충망도 멀쩡하고 배수구도 막았는데 어디로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다. 창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건가? 아주 의지가 강해. 나보다도 의지가 강한 벌레들이다. 어쨌든 검고 통통한 벌레는 엄청 싫어하고 무서워하기 때문에 잡느라 고생 좀 했다. 파리채를 휘둘러서 겨우 잡았다 아으. 무당벌레도 자주 들어오는데 얘네들은 가만히 있을 땐 쪼그맣고 색깔도 알록달록하니 귀여운데 날아다니면 은근히 무섭다. 날개가 큰건지 날아다닐 땐 크기가 3배가 된다. 벌레 너무 싫다 엉엉
셀카를 찍었다가 진짜 놀랐다. 눈이 약이라도 한 사람처럼 흐리멍텅했다. 표정도 엄청나게 어색했고. 그래서 후딱 지워버렸다. 원래도 안 예쁜데 큰일났다. 우울증이 있으면 얼굴 생김새까지 조금씩 변하는 건가. 하긴 맨날 울상인데 그게 영향이 없다면 이상한거겠지.
지난번 일기에 쓰진 않았지만 어제는 사촌동생들과 작은 엄마, 작은 아빠가 집에 오셨다. 그 중에 큰 애는 4학년인데 나를 잘 따른다. 뇌피셜이지만 내가 말상대를 잘 해주는 편이라 그런 듯? 나이 차이 15살인데도 누나라고 부른다. 사실상 고모뻘인데 양심이 찔린다. 걔도 좀 내가 왕어른같이 느껴지는지 존댓말 쓰다가 반말 쓰고 한다. 걔가 저번에 며칠 집에서 자고 간 적이 있는데 내가 그 때 기분 조절이 안 됐다. 자꾸 뭐 해달라고 노크하길래 내 방문 잠그고 엄청 가시 돋친 목소리로 “뭐” “왜” 라고 까칠하게 군 적이 있다. 그랬더니 상처 받았는지 누나가 말투가 변했다고 자기 동생한테 시무룩하게 얘기했나보다. 그걸 알고 좀 미안해서 그 후로는 최대한 어린애 눈높이에 맞춰서 대답해주려고 노력한다.
자기 수학 시험 두 번 봤는데 둘다 백점 맞았다고 자랑하길래 ‘와 ㅇㅇ이 진짜 열심히 했나보다. 멋지다’ 하고 칭찬해줬다. 왜냐면 어디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는걸 내가 주워들은 적이 있어서 그랬다. 그렇게 해주면 남들 눈에 좋은 직업, 남들이 보기에 행복한 삶만 좇다가 불행해진 나보다는 걔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오늘은 연세 바나나 우유를 소재로 가볍게만 쓰려고 했는데 다시 기승전우울이네. 어쨌든 연세 바나나 우유 마시쪙. 16팩 쟁여두고 심심할 때 꺼내먹는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