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시험
오늘은 회계사 시험일이었다. 물론 내일도 시험이다. 나는 다섯 과목 모두 탈락할 게 뻔해서 시험장에 가지도 않으려고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질 못했으니 뭐 어쩌겠어 으이구. 원래 시험장에 가는 척 하고 카페에 가려고 했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일단 쭉 갔는데 가다가 일단 내릴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그냥 시험지나 보고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양대에 내려서 시험도 보고 왔다. 물론 거의 백지에 가까운 답지를 내고 왔다. 아마도 내 답안지를 채점할 사람은 아주 편하겠지.
오는 길에 일단은 하반기에 반드시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나는 지금 시험을 버틸 힘이 없다. 우직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넘어지고 울고...시험 합격에 대한 열망도 크지 않다.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도 합격이 어려운데 나는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냥 합격하면 좋긴 하겠지 라는 너무 당연한 생각만 한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 했는데 옆자리가 우리 학교 사람이었다. 고파스 보고 있어서 딱 알아챘지롱. 나 같은 프로고파서는 들킬 것을 대비해 고파스를 초록색으로 위장한다구염ㅉㅉ어쨌든 그 사람은 지하철에서도 공부를 했다. 보면서 되게 부러웠다. 왜냐면 그 사람한테서 생기랑 열정이 느껴져서!! 음 좀비처럼 하루 하루 버티는 나랑 달리 생생함이 느껴졌다.
집에 그냥 오기 아쉬워서 맘스터치랑 써브웨이에 들러서 버거도 사고 샌드위치도 샀다. 내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걸 잠시 망각하고 이것저것 샀다. 집에 들어와서 에그마요 샌드위치만 먹고 버거는 먹다가 배도 부르고 맛도 없어서 옆에 치워두고 있다. 로스트 치킨 샌드위치도 샀는데 배불러서 아예 못먹고 냉장고행이다. 아 뭔가 속상하다. 원래 음식 사서 ‘맛있어!!>.<‘하면서 먹어야 되는데 그냥 배만 부르고 맛은 그저 그렇다 엉엉. 너무 맛있어서 신나게 콧노래 부르며 먹은게 언젠지 모르겠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대가 크셨는데 내가 하반기에 취직을 해야할 것 같다고 하니까 실망하신 눈치다. 흡 하반기에 취직이 되면 절하면서 가야한다는 걸 아마도 모르시겠지. 마음 같아선 돈 조금 받아도 되니까 공기업 들어가고 싶다. 공기업님 저 좀 데려가 주면 안돼영? 증말 소처럼 일할게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안하고 할 수 있어여. 공노비가 되게 해주세욥.
사실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그래도 일단은 일하면서 주말에 그림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싶다. 그렇게 과하게 바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어렵냐 진짜. 성인이 되고 나서 인생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올라간 기분이다. 불지옥 난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아 내일도 한양대까지 가야 하는데. 갈 생각하니 갑갑하다. 날개가 있어서 거기까지 슉 하고 날아가고 싶다.
음 그래도 한양대는 좋다. 왜냐면 내가 좋아했던 사람 학교라서 키키. 사람을 워낙 잘 안 만나서 그런가 지금까지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아주 쓸데없이 지고지순한 마음인 것이에여. 어차피 이제 볼 일도 없는 사람 기억해서 뭐하겠다고 난 아직까지도 한양대 좋다고 히히거리고 있냐. 이런 잡생각도 싸악 지워버리고 싶다.
아아아아으아 직장인 되고 싶어. 이십대의 끝판왕 퀘스트 좀 깨게 해주세요. 심즈인가 스타크래프트인가 하여튼 게임 치트키 중에 쇼 미 더 머니를 치면 돈이 무한이 되고 능력치도 막 조절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근데 내 인생엔 치트키도 없어서 마치 알피지 겜 노가다 뛰듯 사는 것 밖엔 없다. 그-지 같다고여 인생. 내일 가야되는 것도 그-지 같다고여. 월욜엔 병원도 가야된다고여. 병원 가서 또 상담하면서 울고 나오면서 허무감 쩔게 느껴야 된다고여.
너무 어려워. 너무 어려워서 진짜 도망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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